[한겨레21] [이희욱의 휴머놀로지] 생명빨대, Q드럼 등 ‘소외된 90%’를 위한 세계의 적정기술들… ‘차드 프로젝트’ ‘G세이버’등 국내서도 성과 나와정보기술(IT)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들 말한다. 정말 그럴까. “부유한 10%를 위해 공학설계자의 90%가 일하고 있다.”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을 쓴 폴 폴락의 일갈이다. IT나 과학기술은 정말 전세계 90%에겐 남의 떡에 불과할까.
폴 폴락은 이 ‘소외된 90%’를 보듬고 싶었다. 그는 국제산업증진기관(IDE)이란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이들을 위한 공학설계를 주창했다. 경제학자 E. F. 슈마허는 폴락의 뜻을 이었다. 그는 책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소외층을 위한 공학설계 기술을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이라고 정의했다. 이 중간기술이 발전한 개념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어떻게 기술이 소외된 90%를 위해 복무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이다. 아프리카 지역 신생아 5명 가운데 1명은 태어난 지 5분이 채 안 돼 삶을 마감한다. 콜레라와 이질 같은 수인성 질병이 주된 원인이다. 덴마크 디자이너 프란젠과 네덜란드 플뢰렌은 이 문제를 풀 방법을 고심했고, ‘생명빨대’(LifeStraw·사진)를 고안해냈다. 생명빨대는 겉으로만 좀 두꺼울 뿐 여느 빨대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 빨대 안엔 15미크론 이상의 입자를 제거해주는 필터를 내장했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땅에 고인 더러운 물도 마실 수 있도록 고안됐다.
‘Q드럼’도 비슷한 고민이 낳은 물건이다. 아프리카 지역에는 물 한 동이를 긷기 위해 멀리 떨어진 식수원까지 한나절을 오가야 하는 주민이 적잖다. Q드럼은 평범한 물통이지만 원주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식수원까지 오가는 아프리카 주민들이 물을 담아 굴려 운반할 수 있게 고안됐다. 한번에 75ℓ까지 물을 담을 수 있다. Q드럼은 현재 케냐와 나미비아,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지역에 널리 보급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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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36&aid=00000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