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7월이 되었습니다.
2023년의 반이 지나갔다는 의미이겠지요?
저는 5월 16일 이곳, 카가얀 데 오로에 도착하여 비교적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맨 처음 계획했던 일들 중 대부분은 아직 시작도 못해보고 있지만 도리어 그럼으로 인해 보다 깊은 성찰과 새로운
시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 주지사의 컨설턴트로 임명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주지사와
함께 제 전문분야의 정책도 논의하고 기술지원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였었지만 이곳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미 예상은 하였기에 도리어 보다 많은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필리핀은 Covid-19을 지내며 거의 2년간을 학교, 사업, 시장, 교회들이 봉쇄된 채로 지났다고 합니다. 그 바람에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로 곳곳에는 집 없이 떠도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길거리에 누워서 자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참 많이 아픕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할 일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도하는 일은 이곳의 대학교와 함께하는 일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국립대학교, 시립이나 주립 대학교 및 사립대학교 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먼저 찾게 된 곳은 국립대학인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Southern Philippines(USTP)입니다.
국립이라 등록금이 없어 대부분 지역의 가난하지만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이곳 북부 민다나오에는 두 개의 USTP 캠퍼스가 있습니다. 본부는 카가얀 데 오로에 있으며 현재
재학생들이 11,000명에 이릅니다. 다른 캠퍼스는 농과대학으로 Claveria에 있습니다. 학교에 초대되어 이사장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나누며 학교 현황과 이곳에서 진행하는 과제들도 들어 보았습니다.
1. 그 중에 이곳의 관심이 가는 것은 바로 유기 폐기물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인애플 농장과 바나나 농장에서 그리고 이 과일을 가공하는 주스 공장에서 쏟아지는 폐기물들은 하루에도 500톤 이상입니다. 몇 가지 샘플을 받아본 결과, 당도는 거의 없는 섬유질들이 주 성분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이들 섬유질들은 사실 개발국들 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버려지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이 폐기물을 이용하여 퇴비를 만들기 위한 준비와 Biogas생산 장치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대학교와 정부, 관련 기관들과 함께 황폐해진 땅을 회복시키고 그 곳에 적정한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적정한 기술로 가공하고 판매하는 방안을 함께 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대규모 농장들은 일정기간 수확한 후, 수확량이 떨어지면 사용하던 땅을 버리고 산 위쪽으로 계속해서 개발해 나간다고 합니다. 이 땅의 회복을 위해서는 많은 퇴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퇴비 생산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더 부가가치가 높은 방법들로 발전, 당화, 사료화, 곤충 사육 등의 방법들에 대해서도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 가능성에 대해 한국의 SEWB(Scientists and Engineers Without Borders)의 관계자들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됩니다. 이곳에서 준비를 마치는 대로 협력 과제 신청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
두번째 관심사는 창업보육센터의 활성화 부분입니다.
USTP에는 창업보육센터가 있습니다. 다만 운영 방식과 자금 문제로 거의 휴면 상태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두 번의 만남을 통해 관심 과제를 모아봤는데 바로 와인이었습니다. 이 곳에는 아주 다양하고 달콤한 과일들이 많이 생산됩니다. 이 과일들을 이용한 많은 현지 와인들이 있어서 이곳 교수님들이 준비를 해 주었는데 품질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는 조금만 노력하면 마켓에 내 놓을만한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와인만 아니라 증류를 통한 브랜디 만들기, 식초 만들기, 콤부차 만들기 등을 통해 여러 종류의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벌써 USTP농장에서 수확한 Dragon fruit을 사용하여 와인 생산을
시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증류기도 준비하게 하였고, 브랜디의
풍미를 올려 줄 과일 추출도 시작하였습니다.
다음 학기부터는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대응할 예정이며 또한 이미 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원센터를 만들어 필요한 기술에 대해 자문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곳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율은 20-30%로 매우 낮은 편입니다. 게다가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월급이 30만원 남짓이라 가족 부양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창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일에 이곳 교수들, 한국 기업들과 보다 열심을 다 하려고 합니다.
3.
세번째 과제는 SEWB 필리핀 지부의 창설입니다.
그 동안 이곳의 대학교를 방문하여 학교를 둘러보았고 한국의 대학교들, 교수님들과 동행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교의 창업보육센터를 활성화하는 일입니다. 학교 스텝들과 학생들이 함께 동아리를 구성하여 졸업과 동시에 작은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위해 저는 매주 함께 회의를 하기로 했으며 관심 과제를 선정하여 강의와 실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학교의 시설을 돌아보니 실험 실습실과 기구들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SWEB와 PAUA의 교수님들께서 도움이 되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사용가능한 적정한 실습기구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11,000명의 학생들이 수업하는 국립 USTP(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Southern Philippines)에는 현미경이 오직 2대가 있었습니다. 저온 실험실은 없어서 생화학이나 미생물 실험은 불가능 하였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학생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원들과 교과목 문제입니다. 아직 전체적인 커리큘럼과 교수들의 박사학위 비율, 대학원과 연구소의 현행 과제 수행에 대해서는 파악이 안되어 정보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전체적인 파악이 끝나는 대로 좀 더 심도 있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필리핀 교민들과 현지 공무원, 교육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SEWB 필리핀 지부 회원 확보를 하고 있습니다. 8월 초에는 USTP에 본부를 두고 민다나오 한인 무역협회에는 사무국을 두어 지부 개소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4.
네번째 과제는 지역사회 개발 활동입니다.
6월에는 municipality Vilanueva의 시장, 부시장 및 시의회 의원들과 미팅을 가지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기술 훈련을 함께 해 나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7월부터는 한글학교, 유기농, 용접 등에 대해 훈련캠프를 열기로 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훈련된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에 가서 일할 기회도 주고, 현지에서도 보다 많은 소득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현지 주민들과 많은 접촉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들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벌써 다른 시장들과 시의원들이 다음 순서를 예약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봉사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Misamis Oriental 주에는 대략 200만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 30%인 60만명은 하루 2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에 처해 있습니다. 이 빈곤을 퇴치하는 방법은 교육기회, 기술 훈련과 창업입니다.
이 일을 위해 너무도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보다 많은 노력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함께 협력할 손길들도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7월 2일
이 호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