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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SEW○○

등록일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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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연재]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에세이 연재 6호 - 박정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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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디에서는 가능한데,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할까

서강대학교 창업지원단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 교육담당 이사
박정민 교수


  봄학기를 마치고 바로 몇 주간의 일정으로 미국에 도착해서, 공항을 출발하여 목적지를 향해 야간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수 년전 네덜란드 방문시 초저녁의 고속도로 주변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던 아주 밝은 오렌지 색깔의 수많은 유리건물을 보면서 느꼈던 초현실적인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났다. 나중에 그것이 바로 토마토를 재배하는 Smart Farm이며, 과거에는 당도가 낮고 수분이 너무 많아서 ‘물폭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시장에서 외면당했던 네델란드의 토마토를 ‘토마토 수출 가치 세계 2위’ [근거:  2023 OEC 자료]의 위업을 이루게 한 주역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어떤 혁신적이며 지속적인 일들이 어느 국가 (또는 어느 한 지역)에서는 가능한데, 다른 국가 (다른 지역)에서는 왜 불가능한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과 관련하여, 이러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서 작은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농업은 최첨단 기술과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농업 관련 Stakeholders (이해 당사자, 즉 생산자, 물류업자, 판매자, 경매업자 등) 들간의 의사 소통 채널이 매우 복잡했으며, 매우 복잡했기에 당연히 효율적이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낮았는데(즉, 물폭탄 토마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와 정부 기관의 오랜 노력으로 문제점이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정비 완료되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른 나라들은 해내지 못하는 것을 네덜란드 사회에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여러 논리가 있겠지만 네덜란드 사회에 내재되어있는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능력’이 주인공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복잡한 것을 간단하고 단순하게 만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훨씬 쉽게 되고 당연히 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고 그렇게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존재하고 있는 복잡한 절차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려고 하면 당연히 기존 이해 당사자들에게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의 영향이 생기게 되고, 마이너스 대상이 된 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발이 당연히 따를 것이며, 많은 경우에 개선을 향한 전진은 늦어지거나 아예 멈추게 되는데, 네덜란드의 토마토를 포함하는 농작물 사회는 그렇지 않았다.

  기업에서든지 학교에서든지 끊임없이 대화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익숙해있어서 당일 회의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다음 회의에서 바로 이어서 진행되는 것이 당연시된다고 한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한 최적의 합리적인 해결책을, 시간도 절약하면서 찾고자 하는 네덜란드 사회의 노력이,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능력’이라는 국민 기질로 체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서 나타난 혁신 중 대표적인 사례가 ‘토마토 재배용 Smart Farm’ 이라고 생각된다. 즉,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메우 복잡한 토마토 농업과 관련한 복잡함을 단순화하여 물 흐르는 듯한 효율적 시스템을 탄생시켰고, 여기에 더하여 정부와 연구기관의 끈질긴 종자 개량 노력, 네덜란드에 알맞는 최첨단 농업 IoT 기술, 정부의 토지 무상 임대 정책이, 같은 토마토라도 더 우수한 질, 일정한 모양, 맛과 보존성이 뛰어난 고품질 토마토의 생산으로 귀결되었고, 네덜란드를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농식품 수출액 국가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른 여러 사례 중 하나는 자전거 헬멧의 착용이다. 길에 나가보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 대학생, 직장인, 여성, 그리고 아직 운동이 가능한 노인들이 묵직한 무게감을 보이는 자전거(국민자전거로 불린다)를 정말로 아주 잘 탄다. 그런데,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을 보기가 어렵다. 대부분 착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전거용 도로와 자동차용 도로가 안전하게 분리되어 있고, 자전거용 교통신호도 따로 설치되어 있는 등 ‘이 나라에서는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자전거를 타는 것은 상당히 안전하다’ 라고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대도시의 특성상 자동차, 자전거 그리고 보행자 이 셋이 함께 돌아다니는 상황을 서울시를 놓고 생각해본다면 일단 생각 자체만으로도 머리가 매우 복잡해진다. 그러나, 자동차는 자동차 도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 보행자는 인도로만 철저하게 다니게 된다면 문제가 단순화될 수 있다. 특히 가장 늦게 합류한 자전거의 경우, 자전거용 교통신호가 따로 있고 자전거 도로에서는 당연히 자전거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면 정말로 상황이 단순화된다. 그리고 자전거도로 바닥에 그려져 있는 삼각형의 뾰족한 끝이 나를 향하고 있으면 멈추고 좌우를 살피고 진행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진행하면 된다. 이렇게 단순한 상황이므로 자전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그다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네덜란드 사회의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능력” 이 길거리의 자전거 운행에서도 확연하게 보여지고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편, 제대로 자전거 라이딩용 복장을 갖추고 속도를 즐기며 고가의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매니아들은 100%, 문자 그대로 100%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모든 사람이 안전모를 쓰도록 법제화(2018/09)한 우리나라와는 문제해결방식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대학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특정 산업 또는 시장에서 혁신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한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해왔으며, 농업 시장도 당연히 중요한 대상 시장중 하나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네덜란드의 농업기업가정신’을 분석해본다면, 생산자, 연구 개발 기술자, 물류업자, 그리고 관련 정부 기관 등을 모두 한꺼번에 포괄해야만 네덜란드의 농업기업가정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는 복잡함의 단순화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개념, 즉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개념과는 약간의 다름이 있다고 보게한다. 2023년 NECI (National Entrepreneurial Context Index) 지수에 의하면, 네덜란드와 한국은 49개국 중 7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로부터 배워야 할 부분도 있고, 우리가 앞선 부분도 있다. 네덜란드 사회 또는 산업은 그들만의 특성에 기반하여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보며, 그 중의 하나가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능력’의 확보가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현재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는 세계의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추진중이며 이는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어떤 국가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국가에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의 노력에 의하여 훨씬 더 많은 국가에서 가능해진다면 이보다 더 가치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어떤 능력, 또는 어떤 Trigger 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복잡함을 단순화하는 능력”에 해당하는 그 trigger 를 해당 국가, 또는 해당 사회가 명확하게 정의하고, 확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해당 사회를 지원하는 것이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의 새로운 임무 중 하나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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