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과 컴퓨터 게임
서덕영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팩트풀니스(한스 로슬링, 김영사)>라는 책에서 소득수준에 따라 삶을 4단계로 구분하는데, 어느 대륙에서 살든 상관없이 같은 단계이면 식수, 이동 수단, 요리 방식, 식사, 잠자리 형태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는 최고 단계인 4단계에 속하니, 하루 32달러이상을 쓰는 단계입니다. 하루 2달러, 하루 8달러 수준이 하위단계를 구분하는 경계입니다. 우리나라는 60여년전 1단계로부터 모든 단계를 겪으며 올라왔으니, 우리가 개발도상국에 가면 20년전 또는 30년전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지요.
저는 2년전 정년퇴직을 하고, 소득수준 1단계 또는 2단계 정도되는 나라의 대학생을 온라인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대학생이라 그렇겠지만 학생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고라도 스마트폰의 가격이 그곳 대졸 초임의 몇 달치 월급일텐데 말입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주로 가르치는데,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소프트웨어로 컴퓨터 게임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합니다. 그래서 매학기 시작할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무엇인가 알아봅니다. 이때 다시한번 놀라는데 한국 대학생들과 거의 같은 게임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세계 어느 나라이든 Top 10 게임이 거의 비슷합니다. 어느 나라 젊은이든 게임을 즐기는데는 이미 거의 4단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컴퓨터 게임 수준에 있어서 2단계나 될까요?
게임에서는 인간의 오감중 시각, 청각을 자극하여 정보를 전달합니다. 촉각도 중요한 정보전달 수단입니다. 우리가 하는 교육도 마찬가지로 시청각 자극을 주로 활용하고 있고, 가끔은 촉각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게임 플레이어들은 피교육자들보다 훨씬 깊이 몰입을 합니다. 모든 선생님들과 교수들이 원하는 그 몰입, 말입니다. 또한, 훨씬 활발하게 자발적으로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합니다. 자발적인 상호작용, 이것도 모든 선생님들과 교수들이 원하는 것이지요. 얼마전에 조사해본 인도네시아의 Top10게임에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로블록스(Roblox)가 들어가는데, 둘다 샌드박스 장르의 게임입니다. 샌드박스 장르란 모래사장에서 모래장난하듯 무정형의 재료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게임입니다. 즉, 창의성을 즐기는 게임입니다. 수업시간에 창의성을 즐기는 학생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들 동의하실 것입니다. 이제 구글과 챗GPT가 지식은 모두 찾아서 정리해주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을 즐기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그럼 게임하듯 교육을 하면 좋겠구나’하고 생각이 드실 것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Quest2Learn이라고, 빌 게이츠 재단이 지원해서 중고등학교과정을 완전 게임으로 만들어서 뉴욕의 빈민가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보급해서 성공을 거두었죠. 학업포기비율이 크게 줄고, 대학진학율에 훨씬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모두 빌 게이츠 재단의 도움을 받지 못하지요. 또한, 어슬프게 교육을 게임처럼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의 후각이 놀라워서, 바로 선생님과 부모의 냄새를 맡고 도망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해보고 싶은 건, 학생들이 이미 익숙한 Minecraft나 Roblox를 가지고, 교육자료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화학 교육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았는데, 분자구조라든지, 화학 반응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FoldIt이라는 게임은 그런 개념하에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단백질 구조를 여러 형태로 접는 단순한 게임인데, 이를 통해서 일반 플레이어들이 암이나 AIDS를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을 탄 Alpha-fold도 비슷한 주제의 연구였습니다.
보통 화학에서는 구슬, 철사, 솜 등을 이용해서 분자구조를 만들어보는 과제가 포함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Minecraft나 Roblox로 그 과제를 하면 시청각적으로 훨씬 세련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하지요. 즉, 다음 해에 후배들이 이를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멀리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환할 수도 있지요. 움직이게도 할 수 있으니, 동적인 화학반응을 시각화할 수 있겠지요. 물리나 수학 과목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 어느 나라이든 10대들은 이미 익숙한 Minecraft나 Roblox를 가지고 우선 한번 놀아보시기 바랍니다.